

1780s

“ 넌 멋진 쥐야. 다른 쥐들은 신경쓰지마. ”



오렐리안 루
35 / 136세 | M | 노숙인
183cm / 60kg



.png)
.png)
.png)
.png)
-무신경한
“신경 쓰지 마.. 그러다 단명해.”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눈을 한 남자는 의외로 심약하지도 않고 의지할 누군가를 찾기 위해 방황하지도 않는다.
그저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사람인 것처럼 혹은 아예 도시에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지낼 뿐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관심을 받고 싶지도 않고, 주고 싶지도 않다는 그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말해준다.
남들처럼 살고, 남들처럼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적에는 조금 더 세심하고 배려심 있는 성격이었을지 모르지만 끝없이 변하는 시대와 환경에 자신을 맞춰나갈 자신이 없는 오렐리안은 신경을 끄기로 결정했고 제법 적성에 맞았다.
만일 당신이 기나긴 대인관계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은 대화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 단, 그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테니 매번 자기소개를 다시 해야 한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비뚤어진
“그래, 자네는 열심히 살도록 해.. 나는 구제불능이니까.”
선의를 가진 말투와 행동거지에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낀다. 다리 밑에서 지내는 처지를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사려 깊은 조언을 들어도 고마워하지 않고 ‘내 주거공간에 간섭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와 같이 한번 꼬인 대답만 할 뿐이다. 필멸자라고 친다면 놀라운 숫자지만, 불멸자로 봤을 때는 얼마 되지 않는 나이를 가진 터라 자신의 불멸에 체념하지 않고 불만을 가지고 있는 탓일까? 선의와 배려를 고깝게 느끼고 같은 불멸을 가진 이들이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필멸자와는… 말을 나눌 이유조차 없고 말이다.
-실없는
“인생은 눈 깜짝할 사이에 뒤집히곤 하지, 진중할 필요가 없단 뜻이야.”
그가 하는 모든 말들은 주의 깊게 들을 가치조차 없는 허황되거나 혹은 알맹이가 없는 빈 강정들뿐이다.
목적도 없고 목표도 없고 그저 순간순간을 넘기기 위한 단발적인 처세술일 뿐이다. 높은 시사 지식으로 학구열을 높이는 대화는 극도로 기피하지만 얼렁뚱땅 농담을 하거나 이루어질 없는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것은 즐겨 한다.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마차로 타국까지 한나절만에 이동한다던가, 계급 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이라던가.. 어쩌면 실로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만, 같은 불멸을 산다 해도 타인의 마음은 들여다볼 수 없는 법이니 그는 사는 내내 실없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png)
.png)
.png)

-1680년 여름, 8월 3일.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오렐리안 루, 현재는 ‘다리 밑의 루’나 ‘생쥐 루’라는 말로 더 자주 불리고 있다.
-다리 밑에서 부랑 생활을 하고 있다.
-건실했을 때 측정한 키는 183센티였으나, 불건강한 생활로 구부정한 자세 탓에 실제 키 보다 작아 보인다.
-쥐를 한마리 데리고 다닌다. (세월이 지나면 쥐와 함께 이름도 바뀌는 듯.) 지금 이름은 ‘소피아’다.
소피아에게 자주 말을 건다. 쥐와 대화를 할리는 없고… 대답하기 싫을 때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하는 용도로 보인다.
-불어와 독어는 생활에 무리 없을 정도로, 영어도 할 수 있다.
-보이는 것처럼 청결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케케묵은 먼지냄새가 난다.
-독일에서 지내다가 ‘A의 부고소식’으로 인해 프랑스로 이동해왔다.
(이동방식은.. 독일에서 프랑스로 가는 밀항선에 몰래 탑승해왔다.)
-자각한 계기
직업, 이라는 게 있었을 시절. 그는 믿기지 않지만 제법 부유한 귀족층의 자녀로 태어났다. 정계에서 활동하는 아버지를 따라가면 순탄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게 분명했지만 유복함으로 인해 비대해진 자아를 가진 그는, 하필이면 돈을 만지기 어렵고 가난과 가장 밀접한 화가가 되고 싶어 했다. 고집불통인 아들을 위해 부모는 타국으로 유학을 보내주었다. 스물둘의 오렐리안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사랑에 빠져서 그대로 독일에서 가정을 꾸리고 말았다. 귀국하라는 본가의 요청을 거부하고 도망쳤다. 모자랄 것 없는 가정에서 성장해 끼니 걱정은커녕 돈이 있는 게 당연했던 그는 낭만에 사로잡혀 있었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일은 숨을 쉴 때마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란 사실을 알턱이 없었다. 자기 손으로 집안일 조차 해보지 않았던 도련님에게 밀려오는 금전적인 압박을 떨쳐낼 능력은 전무했다. 그는 오로지 가정을 부양하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한탕 할 수 있다는 사탕 발림에 넘어가 무지한 상태로 사업에 손을 대고 만다.
그림이나 그리던 청년이 뭘 알겠는가? 당연히 엄청난 빚을 끌어안고 말았다. 현명한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아내와 딸이 돌아오길 바라며 그림을 내던지고 개미처럼 일하기 시작한 오렐리안은 우연히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딸과 거리에서 지나치게 된다. 오렐리안은 단번에 그녀가 어린 딸이었음을 알아보았다. 강도를 잡아내거나, 허름한 집을 고쳐주거나, 대신 문단속을 해주거나.. 무척 징그러운 이웃이 되어 소소한 불행을 막아주던 오렐리안의 시간은 딸 마저 나이를 먹어 사망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가족이었던 그들이 묻힌 무덤 사이에 누워 죽음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몸 위로 소복하게 눈이 쌓이고 다음 해에 묘지기가 화들짝 놀라 내쫓기까지 주욱 누워있었던 것이다. 이후 삶의 전의를 잃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