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0s
“ 두통거리라면 이미 충분하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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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크레이머
이든 케펠
30대 초반 / 497세 | M | 큐레이터
181cm / 6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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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적인 / 냉소적인 / 누그러진
목을 긁는 잔기침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편두통을, 한여름에도 으슬거리는 몸뚱어리를 평생 달고 사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이든 케펠은 나서부터 죽을 만큼 아팠고, 50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죽지는 못했으며, 그 시간 동안 차곡차곡 적립된 스트레스는 그대로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상태가 괜찮을 때라면 가끔 풀어진 기색을 보이곤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나, 시간은 어떻게든 영향을 끼치고야 만다. 그는 여전히 염세적이고 비틀어졌으며 부정적이지만 적어도 어떤 면에선 유해졌다. 혹은 포기했을 수도 있고. 끝나지 않는 삶을 비관하기도 슬슬 질렸는지 세상에 발맞춰 볼 노력 정도는 하는 것 같다. 물론 몸에 배인 냉소적인 시선은 아직 그대로라, 사는 게 참 아름답다 말한다면
“제정신이야?” 라 답하겠지만.
고삐라도 풀린 양 몸을 축내던 생활은 한 번 쓰러지고 나니 한풀 꺾이게 되었다. 죽지 않아서 막 나갔다면, 죽지 않으니 몸 사릴 필요도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모양.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내일을 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된 까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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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케펠, 1422년 7월 31일 생, 불멸자]
영국 태생. 아주 명망 높지는 않아도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기에 문제는 없었던 한적한 지방 귀족 출신.
유독 약하게 태어난 막내아들을 보며 부모는 아이가 죽지 않고 내일을 맞이하기를 매일 밤 빌었다. 그 기도가 하늘에 가 닿은 걸까? 아이는 다행히 성인이 되었으며, 서른 살 즈음에는 요양차 시골의 별장으로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별장이 있는 작은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마을 사람들이 여럿 죽었다던가. 사람들은 허약한 도련님에게까지 병마가 가닿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손길은 공평했다. 머리가 타들어 가는 열, 이든 케펠은 자신이 이번에야말로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몇 달간을 느린 호흡만 이어가다 고용인이 반으로 줄은 별장의 어둑한 방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본가의 가족들은 연락을 받고 마냥 기뻐하였으나 자신 스스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건강하던 사람도 기껏해야 며칠을 앓다가 끝내 못 일어나는 병이었으므로.
지긋지긋하게 겪어온 병들의 목록 맨 아래에 불멸이 적힌 순간, 그는 아파서 죽지는 않겠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
죽지도 못하고 아파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해야 할지를 짧게 고민했다.
[에릭 크레이머, 35, 큐레이터]
1910년부터의 신분. 미국 맨해튼 외곽 거주.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활발하게 세워지기 시작한 기업 후원 박물관 중 한 군데의 큐레이터. 세워지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 소규모 박물관에 가까워 박봉에 사람도 별로 없다. 그 덕분에 직장을 얻을 수 있었으나, 그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도슨트 일까지 종종 하는 중.
이따금 자료와 다른 (경험에서 우러난) 설명을 할 때가 있어 얼빠진 사람 취급을 받곤 한다.
본인으로선 환장할 노릇이나 달리 어쩔 수도 없는 일이다.
[생활]
모으기는 어렵고 쓰기는 쉬운 게 돈이더라. 꾸준히 일을 하며 벌어왔던 재산은 근 50여 년간의 무일푼 중독자 생활로 거의 바닥을 보였다. 바닥 난 잔고를 확인했을 때는 조금 당황했으나 운좋게도 세르반테스를 물주로 삼아 버틸 수 있었다. 어울려준 값이라 치기엔 이것 저것 받은 게 너무 많긴 하다.
금주법이 시행되며 반강제로 술이 줄었다. 의료용 브랜디를 아껴 마시는 게 전부.
한 번 제대로 데인 이후로 불법 약물에 손대는 일도 없어졌다. 리와 약속을 하기도 했고.
대마는 아직 가끔 하지만… 그건 합법이니까.
[호불호]
호: 브랜디, 시가, 진통제, 희극과 요즘은 영화도.
불호: 귀찮고 짜증 나고 괴롭게 하는 그 밖의 대부분의 것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