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s

“ 목숨줄 하난 질긴 모양이라. ”

![[이든 케펠_전신].png](https://static.wixstatic.com/media/65abe3_a3dfb5908f6a48a6889c87c25543bc4b~mv2.png/v1/fill/w_752,h_1655,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5B%EC%9D%B4%EB%93%A0%20%EC%BC%80%ED%8E%A0_%EC%A0%84%EC%8B%A0%5D.png)


에르네스트 켄튼
이든 케펠
30대 초반 / 577세 | M | 평론가
181cm / 67kg



.png)
.png)
.png)
신경질적인 / 냉소적인 / 누그러진
목을 긁는 잔기침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편두통을, 한여름에도 으슬거리는 몸뚱어리를 평생 달고 사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이든 케펠은 나서부터 죽을 만큼 아팠고, 결국은 지금까지도 죽지 못했으며, 그 시간 동안 차곡차곡 적립된 스트레스는 그대로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둥글어진다던데, 모두가 그렇진 않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시간의 영향을 받기는 했다. 예전부터 줄곧 가지고 있던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가치관 위에, 약간의 유한 시선이 얹어진 것이 그 예. 그도 그럴만한 것이… 세상이 아무리 망할 것 같았어도 어느새 맨 앞 숫자가 2가 되었고, 아슬아슬한 사회는 어떻게든 굴러가고야 만다. 다만 그 끈질김을 여태 보고 있는 게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라서, 아직도 다음 날이 오는 게 질리냐는 질문에의 대답은 “당연한 소리 묻지 마.” 이다.
분명 신체 상태는 예나 지금이나 같을 텐데, 정신력은 소모되는 만큼 회복되지 않는 것일까. 이제 피곤해질 일은 될 수 있다면 피하려 한다. 이 피곤해질 것 같은 일의 범위가 넓은 편이라서 만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png)
.png)
.png)

.png)
[이든 케펠, 1422년 7월 31일 생, 불멸자]
영국 태생. 아주 명망 높지는 않아도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기에 문제는 없었던 한적한 지방 귀족 출신.
유독 약하게 태어난 막내아들을 보며 부모는 아이가 죽지 않고 내일을 맞이하기를 매일 밤 빌었다. 그 기도가 하늘에
가 닿은 걸까? 아이는 다행히 성인이 되었으며, 서른 살 즈음에는 요양차 시골의 별장으로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별장이 있는 작은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마을 사람들이 여럿 죽었다던가. 사람들은 허약한 도련님에게까지 병마가 가닿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손길은 공평했다. 머리가 타들어 가는 열, 이든 케펠은 자신이 이번에야말로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몇 달간을 느린 호흡만 이어가다 고용인이 반으로 줄은 별장의 어둑한 방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본가의 가족들은 연락을 받고 마냥 기뻐하였으나 자신 스스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건강하던 사람도 기껏해야 며칠을 앓다가 끝내 못 일어나는 병이었으므로.
지긋지긋하게 겪어온 병들의 목록 맨 아래에 불멸이 적힌 순간, 그는 아파서 죽지는 않겠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
죽지도 못하고 아파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해야 할지를 짧게 고민했다.
[에르네스트 켄튼, 27, 평론가]
1995년부터의 신분. 영국 본머스 거주.
미국을 떠난 다음 짧은 여행과 두어 번의 신변 정리를 마치고 21세기를 맞이하기 전 영국으로 돌아왔다. 답지 않게 들썩이는 분위기에 물들기라도 한 건지 고향을 잠시 둘러본 모양. 그 이후 해안가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몇 년 전부터 평론가 일을 하고 있다. 전시 서문이나 기고문을 쓰는 등의 작업이 대부분. 오래전 협회에 가입한 명의를 사용 중이라 나이와 건강을 핑계로 얼굴은 내비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는 말로 비평이니 평론이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을 것
같단 소리를 들은 적이야 있지만 정말 그걸로 벌어먹을 줄이야.
[생활]
우편으로 의뢰가 들어올 때만 일하는 느긋한 생활. 대면 업무에서 벗어났다 보니 생활 습관도 그 이전으로 돌아왔다.
연락을 피하진 않았으나 모임에는 십여 년 전에 한 번 참석한게 다이다.
취미 삼아 간간이 세공에 손을 대고 있다. 죄다 팔고 얼마 남지 않은 옛 귀금속들의 유행이 한참 지나 어떻게 원석만 빼내
세팅해볼까 마음먹은 게 시작이었는데, 남는 게 시간이다 보니 기술을 익혔다.
[호불호]
호: 브랜디, 진통제, 희극, 영화.
불호: 귀찮고 짜증 나고 괴롭게 하는 그 밖의 대부분의 것들.
